며칠 전, 세 번째 진료를 마치고 돌아가시는 환자분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 한편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처음 뵙던 날이 떠오릅니다. 사실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 중 첫 만남부터 마음을 다 털어놓으시는 분은 드뭅니다. '어쩌다 한의원까지 왔지만, 정말 내 증상을 알긴 할까?', '이 고질병이 나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기대 반의 눈빛으로 진료실에 앉아 계시곤 하죠.
하지만 두 번째 진료부터는 공기가 달라집니다. 증상이 조금씩 호전되는 것을 직접 느끼면서, 닫혔던 마음의 빗장도 스르르 풀리기 시작합니다. "한약으로 피부가 좋아지는 게 신기해요"라며 웃으시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다른 증상이나 가족들의 건강 고민까지 편안하게 들려주십니다. 이때부터는 저 역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환자분의 일상을 살피는 '주치의'가 됩니다.
물론 두 번째 진료에서 경과가 좋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피부 질환은 워낙 변수가 많고, 더 적합한 처방이 있을지 계속 고민해야 하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집중해야 하죠. 다행히 이번 환자분은 세 번째 진료에서 훨씬 더 좋아진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이쯤 되면 저도 비로소 마음이 놓입니다.
"이제 이 처방을 꾸준히 복용하시면 됩니다. 혹여나 증상이 다시 나타나더라도, 우리에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내 증상을 다스릴 수 있는 확실한 처방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환자분의 마음은 훨씬 평온해집니다. 마음이 편해지면 몸의 회복도 빨라지기 마련이죠.
이 환자분은 3년 넘게 지속된 얼굴 피부염으로 고생하셨습니다. 시작은 미용 시술이었습니다. 얼굴은 늘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홍반), 가려움과 따가움, 각질 때문에 일상이 고통이셨죠. 진맥을 해보니 맥이 굉장히 빨랐고 체내의 열감도 심했습니다. 다행히 처방을 선택하는 과정이 명확했고, 몸의 반응도 의도한 대로 순조롭게 나타나 주었습니다.
첫 진료 날 찍었던 사진과 세 번째 진료 날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몰라보게 좋아진 피부보다 환자분의 '표정'이었습니다. 굳어있던 얼굴 근육이 풀리고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진 그 표정 속에, 그간의 고단함과 안도가 모두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래된 증상이라 장기전을 예상했는데, 다행히 홍조까지 매우 빠르게 호전되었습니다. 사실 열감이나 가려움에 비해 홍조는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데, 이번 케이스는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회복을 보여주어 저 역시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눈으로 바로 확인되는 피부 질환은 치료의 결과가 참 드라마틱합니다. 그래서인지 환자분의 경과를 확인할 때마다 더 욕심이 생깁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건강하게 낫게 해드릴 수 있을까' 하는 기분 좋은 고민 말이죠.
빠르게 호전된 환자분을 보며 느낀 들뜬 마음과, 저의 임상적 확신이 한 층 더 견고해진 이 기분을 짧은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오늘도 리아한의원의 진료실은 환자분들의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아드리기 위해 불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