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포그는 왜 생길까 —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다면
회의 중에 방금 하려던 말이 사라집니다.
책을 읽는데 글자는 지나가지만 머리에 남지 않습니다.
종일 정신이 흐릿하고, 생각이 한 박자씩 느립니다.
검사를 받아봐도 별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분명히 예전 같지 않습니다.
요즘 이 상태를 흔히 브레인포그라고 부릅니다.
인천 청라 리아한의원 김재홍 대표원장입니다. 오늘은 브레인포그가 왜 생기는지, 한의학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브레인포그는 병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브레인포그는 진단명이 아닙니다. 집중이 안 되고, 기억이 흐릿하고, 머리가 맑지 않은 여러 증상을 묶어 부르는 표현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증상을 만들고 있는가입니다. 원인을 찾으면 대부분 방향이 잡힙니다.
한 가지 안심하셔도 될 점이 있습니다. 40~50대가 "혹시 초기 치매인가" 걱정하며 이 증상을 검색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브레인포그는 경도인지장애나 치매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원인을 다스리면 대개 맑아진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한의학에서 보는 세 가지 배경
브레인포그를 호소하시는 분들을 보면, 한의학적으로 크게 세 가지 배경이 관찰됩니다.
1. 담음(痰飮) — 머리가 멍한 대표적 원인
한의학에는 담음이 맑은 기운이 머리로 오르는 것을 막아 머리가 멍해진다는 오래된 관점이 있습니다. 담음은 몸 안에서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된 노폐물 같은 것으로, 이것이 위로 오르면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고 개운하지 않은 상태를 만듭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 — 머리가 맑지 않으면서 몸도 무겁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합니다. 어지럼증이나 울렁거림이 함께 오기도 합니다. 기름지거나 단 음식을 즐기고, 잘 안 움직이는 생활이 배경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만 따로 맑게 하려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정체된 담음을 풀어야 맑은 기운이 위로 오릅니다. 담음이 위로 올라 어지럽고 멍하며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반하백출천마탕 계열을 고려합니다. 담을 삭이면서 비위 기능을 함께 세우는 방향입니다.
2. 기력저하
기운이 떨어지면 머리도 흐릿해집니다. 뇌는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기관이라, 전체적인 기력이 바닥나면 그 영향이 사고력에 먼저 나타납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 — 흐릿함과 함께 쉽게 지치고 무기력합니다. 조금만 집중해도 진이 빠집니다. 과로가 오래 누적되었거나, 큰 병을 앓은 뒤, 산후, 혹은 수면 부족이 이어진 뒤에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소모된 것을 채우는 방향으로 갑니다. 기혈을 보하면서 겉돌고 있는 담음을 치료해야 합니다. 단순히 담음만 치료하려고 하면 기력이 더 떨어집니다.
특히 양허가 뚜렷해 추위를 심하게 타고, 대변이 무르고, 몸이 붓고 처지면서 머리가 멍한 분께는 진무탕 계열을 고려합니다.
얼마전 유산 후 브레인포크를 호소하셨던 환자분께서 이런 경우 였습니다. 임신 준비하는 과정에 기력이 떨어지고 유산을 하시며 관절통과 브레인포그가 생기셨습니다. 다행히 진무탕 계열의 한약으로 빠르게 호전되셨습니다.
한편 기혈이 부족한 데다 소화력까지 약해 담음이 함께 낀 분께는 자음건비탕 계열을 고려합니다.
이런 경우는 수험생들에게도 많이 나타납니다. 수면이 부족하고, 활동이 적다보니 기혈부족과 위장기능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데 그러다보면 집중도 안되고 공부하기 힘들어집니다. 자음건비탕은 청강의감에 건비이사탕으로 약간 보완하여 기록되어 있는데요. 수험생 총명탕으로도 많이 처방되는 한약입니다.
3. 자율신경 실조
자율신경은 몸의 켜짐과 꺼짐을 조절합니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뇌가 제대로 쉬지도, 제대로 깨어 있지도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 — 흐릿함과 함께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불면,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섞여 있습니다. 서 있을 때 유독 머리가 멍해지는 분도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나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시기에 두드러집니다.
특히 수면이 중요합니다. 뇌는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낮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냅니다. 이 과정이 부실하면 다음 날 머리가 맑을 수 없습니다. 잠을 못 자는 것과 머리가 흐릿한 것은 무관하지 않습니다.
두근거림, 어지럼증, 불면에 부종이 함께 있으면서 추위는 타지만 대변은 무르지 않은 경우에는 영계출감탕 계열을 고려합니다. 담음과 자율신경 불균형이 함께 얽힌 자리에 가깝습니다.
세 가지는 섞여 있습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이 셋이 딱 나뉘지 않습니다. 담음이 있으면서 기력도 떨어져 있고, 자율신경 불균형에 수면 문제까지 겹친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지금 어느 것이 주된 배경인지를 가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담음이 주된 분께 보하는 약을 세게 쓰면 더 무거워지고, 기력이 바닥난 분께 담음을 풀어내는 약만 쓰면 더 지칩니다. 진맥과 문진, 설진으로 방향을 정합니다.
한의원에서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먼저 심박변이도(HRV) 검사로 자율신경 상태를 봅니다.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켜져 있는지, 부교감으로 전환이 안 되는지, 아니면 전체 조절력이 고갈된 상태인지를 수치로 확인합니다.
여기에 진맥을 더해 담음·기력·자율신경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 정합니다. 담음이 주된 경우 이를 풀어 맑은 기운이 오르게 하고, 기력이 문제인 경우 소모된 것을 채우며, 자율신경이 문제인 경우 균형 회복에 초점을 둡니다.
두개천골요법(약침, 추나)으로 목과 머리 주변의 긴장을 낮춥니다. 뇌척수액 순환과 자율신경 균형에 주목하는 접근입니다.
무너진 수면을 함께 다룹니다. 머리가 맑아지려면 밤에 뇌가 제대로 회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하실 수 있는 것
깊은 잠을 최우선으로 두십시오. 자정 전에 잠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회복의 기본입니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십시오. 땀이 살짝 날 정도의 걷기는 담음의 정체를 풀고 순환을 돕습니다. 앉아만 있는 생활이 브레인포그의 흔한 배경입니다.
소화에 부담되는 음식을 줄이십시오. 기름지고 단 음식, 과식은 담음을 늘리는 방향입니다. 특히 저녁을 가볍게 먹고 자기전에는 먹지 않아야 합니다.
내원 안내
인천 서해구(서구) 청라에 있으며, 검단, 루원시티, 가정동, 신현동은 물론 영종도와 계양, 부평에서도 내원하십니다. 평일은 밤 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진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브레인포그가 치매로 이어지나요? A. 브레인포그 자체는 증상 표현이며 치매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원인을 다스리면 대개 호전됩니다. 다만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게 진행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그때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왜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나요? A. 일반 검사(MRI 등)는 구조적 이상을 찾는 검사입니다. 담음의 정체, 기력 저하, 자율신경 조절 이상 같은 기능적 문제는 이런 검사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상이 없다는 결과와 증상이 있다는 사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Q. 얼마나 치료하면 맑아지나요? A. 배경과 지속 기간에 따라 다릅니다. 수면과 생활이 함께 정리되면 비교적 빠르게 변화를 느끼는 분도 있고, 오래 누적된 경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초진 상담에서 예상 경과를 안내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