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는 어떻게 다를까?
부모님이 방금 하신 이야기를 조금 뒤에 또 하십니다. 아까 물어보신 걸 다시 물으십니다. 처음엔 "나이 드셔서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 순간 덜컥 겁이 납니다.
"혹시 치매 초기인가."
반대로 환자분 본인이 걱정하며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냉장고 앞에서 뭘 꺼내려 했는지 잊고, 사람 이름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하십니다.
이 둘은 같은 걱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른 이야기입니다.
인천 청라 리아한의원 김재홍원장입니다. 17년간 진료하며 뇌신경과 자율신경 관련 증상을 봐왔습니다. 오늘은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가 어떻게 다른지 쉽게 정리하고 한의원에서 접근법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에는 중간단계가 있습니다
많은 분이 건망증이 있을때 바로 치매로 진행되는게 아닌가 걱정하십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경도인지장애(MCI)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세 단계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건망증 — 정상 노화의 일부입니다. 깜빡하지만 검사를 하면 정상 범위이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습니다.
경도인지장애 — 검사에서 인지 저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만, 아직 혼자 일상생활을 해내는 단계입니다. 정상과 치매 사이입니다.
치매(주요신경인지장애) — 인지 저하가 뚜렷하고, 혼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정신질환 진단 기준인 DSM-5에서는 치매를 신경인지장애로 분류하며, 경도와 주요로 나눕니다. 세 단계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은 저하의 정도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독립성입니다.
집에서 확인하는 3가지
병원 검사 없이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집에서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힌트를 주면 기억이 돌아오는가. 건망증은 "지난주에 갔던 그 식당" 하고 힌트를 주면 "아, 맞다" 하고 떠올립니다. 경도인지장애는 힌트를 줘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건 자체가 저장되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가. 방금 한 질문을, 답을 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다시 하는 경우입니다. 건망증에서는 드뭅니다.
셋째, 본인이 자각하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건망증은 "내가 요즘 깜빡깜빡한다"고 스스로 압니다. 경도인지장애는 본인이 저하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작 걱정하며 병원에 오시는 분은 대개 건망증이고, 본인은 괜찮다는데 가족이 이상을 느끼는 경우가 오히려 주의 대상입니다.
왜 이 단계가 중요한가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가는 갈림길이기 때문입니다.
정상 노인은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하는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는 매년 10~15%가 진행합니다. 정상 노화의 5배에서 많게는 10배에 이르는 속도입니다.
여기서 "매년"이 중요합니다. 이 비율이 해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상당수가 치매로 넘어가게 됩니다.
동시에 이 단계는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해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단계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깐 — 젊은 분의 "브레인포그"는 다릅니다
40~50대가 "머리가 안개 낀 것 같다, 나도 초기 치매인가" 하며 검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대개 브레인포그로, 경도인지장애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브레인포그는 질환명이 아니라 증상이고, 자율신경 불균형, 수면 부족, 만성 피로, 스트레스가 배경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을 잘찾아 해결하면 대부분 호전됩니다. 이 주제는 따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한의원에서 주목하는 것 — 뇌척수액 순환
인지저하를 이야기할 때 최근 흥미로운 연구 흐름이 있습니다. 뇌 노폐물 배출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뇌는 활동하며 노폐물을 만듭니다. 그 대표가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베타 아밀로이드입니다. 이 노폐물은 두 단계로 처리됩니다. 먼저 뇌척수액이 뇌 조직 사이를 순환하며 노폐물을 씻어내고, 씻겨 나온 것이 림프관을 통해 목 쪽으로 배출됩니다.
국내 연구진(기초과학연구원 고규영 단장 연구팀)은 이 배출 경로, 즉 뇌척수액이 림프관을 거쳐 빠져나가는 길을 규명했고(Nature 2019, 2024), 나이가 들며 이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자율신경이 관여합니다. 뇌척수액이 뇌 조직을 순환하는 것은 혈관이 리듬 있게 수축·이완하며 만드는 펌프 작용에 의존하는데, 이 리듬이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습니다. 최근 동물 연구들은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이 순환이 줄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늘어난다고 보고합니다. 밤에도 교감신경이 꺼지지 않는 상태가 순환에 불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수면입니다.
노폐물 배출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 가장 활발합니다. 그래서 만성적인 불면이 인지저하의 위험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잠을 못 자는 것과 자꾸 깜빡하는 것이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주목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두개천골약침과 두개천골추나요법으로 두개골과 천골 주변의 긴장을 조율하고 뇌척수액 순환과 자율신경 균형을 돕는 접근입니다. 목과 어깨, 두개골 주변의 긴장을 낮추고, 무너진 수면의 질을 함께 다룹니다.
다만 위 연구는 아직 동물실험 단계이고, 특정 치료가 뇌 노폐물 배출을 늘려 인지장애를 막는다는 것이 입증된 단계는 아닙니다. 흥미로운 방향으로 보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인지 기능의 뚜렷한 저하가 의심된다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의 정밀 검사가 먼저입니다.
내원 안내
인천 서해구(서구) 청라에 위치하고 있으며, 검단, 루원시티, 가정동, 신현동은 물론 영종도와 계양, 부평에서도 내원하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자꾸 깜빡하시는데 병원에 가자고 하면 화를 내십니다. A. 본인이 저하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이 상태의 특징이라, 흔히 겪는 상황입니다. "치매 검사"라는 말보다 "건강검진 겸 인지 기능도 한번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시는 편이 부담이 덜합니다. 정확한 진단은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의 검사로 이루어집니다.
Q. 건망증이 심한데 저도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스스로 걱정하며 자각하고 계신다면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급격히 심해졌거나 일상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한방 치료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나요? A. 예방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다루는 것은 뇌척수액 순환과 자율신경 균형, 그리고 수면의 질입니다. 인지 기능의 뚜렷한 저하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검사가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