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요즘 통 기운이 없으시다고 해서요."
부모님 보약을 알아보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명절이나 생신을 앞두고, 혹은 오랜만에 뵀는데 눈에 띄게 수척해지신 것을 보고 찾아오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력저하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왜 기운이 없어지셨는지에 따라 필요한 한약이 달라집니다.
인천 청라 리아한의원 대표원장 김재홍입니다. 17년간 진료하며 중년과 노년의 보약 상담을 많이 하면서 알게된 접근 방법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같은 "기운이 없다”도 원인이 다릅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세 분을 놓고 보겠습니다.
한 분은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십니다. 드셔도 얹힌 것 같아 조금만 드십니다. 드시는 것이 없으니 기운이 없습니다.
한 분은 드시기는 잘 드십니다. 그런데 밤에 두세 번씩 깨시고 새벽에 눈이 떠집니다. 자도 회복이 안 되니 기운이 없습니다.
한 분은 잘 드시고 잘 주무십니다. 그런데도 조금만 움직이면 기진맥진하십니다. 채워야 할 밑천 자체가 바닥난 상태입니다.
세 분 모두 "기운이 없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첫 번째 분께 보하는 약을 세게 쓰면 더 얹히고, 두 번째 분께 소화제 위주로 쓰면 잠은 그대로입니다. 원인을 찾아보지 않고 좋다는 약을 쓰면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가장 먼저 보는 것 — 식욕과 소화력
부모님 보약에서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소화력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약도 먹는 것이라 소화가 되어야 흡수됩니다. 위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보하는 약재를 넣으면 속이 더 답답해지고, 그러면 약을 잘드시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소화력은 자연히 떨어집니다. 젊을 때 잘 드시던 분도 예순을 넘기면 기름진 음식이 부담스러워지고, 식사량 자체가 줄어듭니다. 이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보약부터 시작하면 시작이 어긋납니다.
그래서 소화 기능이 많이 떨어져 계신 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검고 진한 보약을 소화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소화기능을 돕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비위기능을 돕는 보약이 필요합니다.
그다음 — 수면과 회복
두 번째로 보는 것이 수면입니다.
몸은 자는 동안 회복합니다. 잠이 얕아지면 낮에 쓴 것을 채우지 못한 채 다음 날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매일 쌓이면 아무리 보해도 밑 빠진 독이 됩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수면 문제는 양상이 다양합니다. 잠들기는 하는데 두세 시간마다 깨시는 경우, 새벽 서너 시에 깨서 다시 못 주무시는 경우, 밤에 화장실 때문에 여러 번 일어나시는 경우가 각각 다릅니다.
"나이 들면 원래 그렇다"고 넘기시는 경우가 많은데,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라면 그것부터 다뤄야 합니다.
수면은 뇌기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이 필요합니다. 다만 젊었을 때의 수면시간과 수면질로 회복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기력저하가 다른 문제의 신호일 때가 있습니다.
최근 몇 달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어지럼증이 잦거나, 손발이 자주 저리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빈혈, 갑상선 기능 이상, 혈당 문제, 신장 기능 저하 모두 기력저하로 나타납니다.
처방 전 혈액검사를 통해 간기능과 신장기능을 확인하며, 예상되는 질환이 있으면 검사도 먼저 권유해드리기도 합니다.
건강검진을 받으셨다면 최근 검사 결과를 가지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으시면 그 목록도 함께 준비해주세요. 고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드시는 분이 많은데, 처방을 구성할 때 함께 고려합니다.
녹용은 필요한가요?
부모님 보약 하면 녹용을 떠올리시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녹용은 기력을 보강하고 몸의 재생을 돕는 약재로, 중장년 이후 회복력이 떨어지고 근력과 골밀도가 줄어드는 시기에 유용합니다.
녹용은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최근에는 널리 알려졌습니다.
모든 환자분들께 녹용을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보약과 중년 이후의 보약에는 녹용을 꼭 추천합니다.
선물로 준비하신다면
자녀분이 상담을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모님이 직접 오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진맥과 문진 없이 처방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거동이 어려우신 상황이 아니라면 함께 오시는 편을 권합니다.
만약 부모님이 함께 오시기 어려우시다면 이 세 가지는 여쭤보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1. 요즘 식사를 어떻게 하시는지,
2.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지,
3. 드시고 계신 약이 무엇인지입니다.
이 정도만 있어도 상담의 방향이 잡힙니다.
맞춤한약이 아닌 공진단이나 경옥고를 처방 해드릴때에도 이정도 정보는 알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내원 안내
인천 서해구(서구) 청라에 있으며, 검단, 루원시티, 가정동, 신현동은 물론 영종도와 계양, 부평에서도 내원하십니다. 평일은 밤 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진료합니다. 자녀분과 함께 오시기 편하도록 야간 진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맞춤한약은 진료를 보신 후 빠르면 다음날, 늦으면 3~4일 후 한약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진료 후 수령일을 안내해드리고 직접수령 혹은 택배수령 모두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드시는 약이 많은데 한약을 같이 드셔도 되나요? A. 대부분 병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복용 중인 약의 종류와 용량을 알아야 그에 맞춰 처방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약 봉투나 처방전을 가지고 오시거나, 사진으로 찍어 오셔도 됩니다.
Q. 보약은 얼마나 드셔야 하나요? A.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소모가 심하신 분은 여러 달(보통은 3개월)에 걸쳐 이어가기도 하고, 유지 목적이라면 한 달분으로 잡기도 합니다.
Q. 어느 계절에 드시는 것이 좋나요? A. 계절과 무관하게 가능합니다. 다만 여름철에 유독 처지시거나 환절기마다 감기를 앓으신다면, 그 시기 이전에 준비하시는 편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