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를 바르면 좋아집니다. 그런데 끊으면 며칠 안에 다시 올라옵니다. 이 과정을 몇 년째 반복하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부위가 바뀌기도 합니다. 손이 좋아지니 얼굴이 뒤집어지고, 얼굴이 가라앉으니 목덜미가 올라옵니다.
안녕하세요. 인천 청라 리아한의원 김재홍입니다. 17년간 진료하며 만성 피부질환을 봐왔습니다. 오늘은 제가 피부 환자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질환별로 어디를 보는지 정리하겠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 피부 회복력
피부는 매일 스스로를 새로 만듭니다. 각질층이 밀려 올라가 떨어지고 그 아래에서 새 세포가 올라오는 과정이 쉬지 않고 일어납니다. 이 재생 속도와 질이 피부 회복력입니다.
회복력이 충분하면 자극을 받아도 며칠 안에 돌아옵니다. 회복력이 떨어지면 같은 자극에도 무너지고, 무너진 자리가 오래 갑니다. 만성 피부질환은 대개 이 상태입니다.
연고가 듣는데 재발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가라앉히지만 회복력을 올려주지는 않습니다. 불은 껐는데 불이 잘 붙는 조건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오히려 장기간 반복하면 피부가 얇아지면서 회복력이 더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염증을 누르는 것과 회복력을 올리는 것을 나눠서 봅니다. 급성기에는 가라앉히는 데 집중하고, 그 뒤에는 다시 무너지지 않을 상태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둡니다.
회복력 관점으로 보는 질환들
아토피, 습진, 한포진, 지루성 피부염은 겉모습이 달라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합니다. 피부 장벽과 재생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각자의 조건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것으로 봅니다.
한포진과 손습진 — 손바닥과 손가락 옆면에 좁쌀 같은 물집이 잡히고, 가라앉으면 갈라지고 벗겨집니다. 계절과 스트레스에 따라 오르내리는데 여름철에 심해지는 분이 많습니다. 손은 물과 세제에 계속 노출되는 부위라 회복할 틈이 없다는 점도 만성화의 요인입니다. 급성기에는 물집과 가려움을, 갈라지는 시기에는 장벽 회복에 무게를 둡니다.
→한포진 재발의 사슬을 끊는 법
→여름마다 재발하는 한포진, 손습진은 피부회복력을 높여야합니다.
지루성 피부염 —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고 예민해지며 각질이 일어납니다. 눈썹 사이, 코 옆, 두피 경계처럼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 잘 생깁니다. 위로 뜬 열, 즉 상열(上熱)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 열을 내리는 방향을 함께 봅니다.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뒤에 심해지는 분이라면 이 축이 더 뚜렷합니다.
→지루성피부염, 얼굴 피부가 갑자기 뒤집어지고 예민해졌다면? 원인은 '상열(上熱)'에 있습니다
→3년의 고통이 미소로 바뀌는 순간, 얼굴 피부염 치료 이야기
원인 불명의 발진 — 검사를 해도 원인이 나오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올라옵니다. 특정 물질을 피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찾기보다 왜 이렇게 쉽게 반응하는 상태가 되었는지를 봅니다.
두드러기는 다르게 봅니다
두드러기는 위의 질환들과 접근이 다릅니다. 피부의 회복력의 문제라기보다 알레르기 반응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원인도 다양합니다. 음식이나 약물, 온도 변화, 압박, 피로, 스트레스 등 유발 인자가 제각각이고,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두드러기는 검사를 해도 특정 원인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두드러기는 무엇이 유발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심해지는지를 먼저 파악합니다. 더울 때 심한지 찬바람에 심한지, 생리 전에 올라오는지, 압박받는 부위에 생기는지에 따라 접근이 갈립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은진(癮疹)이라 부르며 악화 조건에 따라 유형을 나눕니다.
→만성 두드러기 치료, 6주 넘게 지속된다면 피부가 아닌 혈(血)을 보세요
여드름은 나이와 원인에 따라 나뉩니다
여드름은 회복력 축과 다른 기준으로 봅니다.
사춘기 여드름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초점을 둡니다. 호르몬 변화가 배경에 있지만 그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염증이 흉터로 남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인 여드름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음식의 무절제가 배경이라면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염증 완화에 집중합니다. 반면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교란이 배경이라면 스트레스 완화와 염증 완화를 함께 가야 합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염증만 반복해서 누르게 됩니다. 턱선과 입 주변에 반복되고 스트레스 시기와 겹친다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위에 따라 시술도 달라집니다. 등과 가슴의 화농성 여드름은 연고와 미세약초침 시술로 염증과 색소침착을 함께 개선합니다. 얼굴에 남은 여드름 흉터는 MTS로 접근합니다.
→ 성인 여드름부터 흉터 예방까지, 청라 리아한의원이 답하는 여드름의 모든 것
대상포진은 급성기 이후가 중요합니다
저희는 급성기가 지난 회복기를 담당합니다.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면역력 회복. 대상포진은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이 떨어진 틈에 재활성화되어 생깁니다. 발병 자체가 몸이 소모되었다는 신호입니다. 급성기에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를 잡았더라도, 그렇게 만든 조건이 남아 있으면 회복이 더디고 다른 문제로 이어집니다.
신경통 예방. 물집이 가라앉아도 신경 손상은 남을 수 있습니다. 통증이 몇 달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이어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나이가 많을수록, 급성기 통증이 심했을수록 위험이 큽니다. 이미 자리 잡은 신경통보다 예방이 훨씬 수월합니다. 물집이 가라앉은 시점에 오시는 것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진료는 이렇게 진행합니다
먼저 지금이 어느 시기인지 봅니다. 물집이 잡히고 진물이 나는 급성기와, 각질이 일고 갈라지는 회복기는 필요한 것이 다릅니다. 급성기에 보하는 약을 쓰면 답답해지고, 회복기에 계속 밀어내는 약을 쓰면 더 마릅니다.
체질과 유발 조건을 확인합니다. 진맥과 문진으로 열이 문제인지, 습이 문제인지, 아니면 소모되어 회복이 안 되는 상태인지 판단합니다. 같은 아토피라도 처방이 갈립니다.
한약을 중심에 둡니다. 피부 회복력은 밖에서 올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내복약이 중심이 됩니다. 여기에 필요에 따라 침, 약침, 외용 한약을 병행합니다.
생활 조건을 함께 조정합니다. 세정, 보습, 접촉 물질, 식습관은 치료 못지않게 결과를 좌우합니다.
내원 안내
만성 피부질환은 회복에 시간이 걸립니다. 급한 증상이 가라앉은 뒤에도 다시 무너지지 않을 상태를 만드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인천 서해구(서구) 청라에 있으며, 검단, 루원시티, 가정동, 신현동은 물론 영종도와 계양, 부평에서도 내원하십니다. 평일은 밤 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진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테로이드 연고를 끊고 한약만 먹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급성기에 염증이 심한 상태에서 무작정 끊으면 오히려 악화됩니다. 현재 사용 중인 약과 증상 정도를 보고 판단하며, 회복력이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사용 빈도가 줄어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진료 시 도포 이력과 사용 부위를 알려주십시오.
Q. 얼마나 걸리나요? A. 급성 증상의 완화는 비교적 빠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회복력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는 수 주에서 수개월이 걸립니다. 앓아온 기간이 길수록, 스테로이드 사용 기간이 길수록 더 필요합니다. 초진 상담에서 예상 경과를 안내해 드립니다.
Q.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 있나요? A. 만성 피부질환은 대부분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체질과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완전한 재발 방지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재발하는 빈도와 강도를 낮추고, 재발했을 때 빨리 회복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Q. 아토피도 같은 방식으로 보나요? A. 네. 아토피, 습진, 한포진, 지루성 피부염은 겉모습이 달라도 피부 장벽과 재생력이 떨어진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어 같은 맥락에서 접근합니다. 다만 나이, 발생 부위, 동반 증상에 따라 처방은 달라집니다.